프로카데미 4개월 다닌 후기



프로카데미는 MMORPG 서버 프로그래밍 오프라인 전문 학원 (또는 연구소)이다. 게임코디 사이트 운영자님께서 직접 운영하시고, 서버 연구도 하신다. 대학생때부터 관심있게 보던 학원이어서, 무료 강연을 들으러 주말에 기차를 타고 학원에 방문했던 기억이 난다. 그만큼 다녀보고 싶었는데, 올해 그 목표를 이룰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중도 포기한 상태이다.

학원에 등록하려면 선생님과 미리 날짜를 정한 뒤, 학원에 방문해서 시험을 치뤄 한다. 대부분 C언어 관련 문제 수십문제가 있는 A4 테스트지를 풀어야 하고, 그 다음 컴퓨터로 자료구조(스택/큐)를 구현해야 한다. 언어는 C/C++ 중에 자유롭게 선택하면 된다. 이런저런 상담 후 합/불 결과를 그 즉시 통보받는다.

영광스럽게도 작년 11월에 테스트에 합격했고, 2023년 1월부터 시작하는 27기 정규과정에 등록했다.


사진처럼 매주 월/수/금 2시간씩 4개의 기수분들이 시간대별로 수업을 받는다. 나는 퇴근시간을 고려해서 제일 늦은 시간 5시 30분 수업인 27기로 들어갔다.

당연한 얘기지만 게임 서버 개발자를 목표로 지원하신 분들이 대부분인 것 같았다. 보통 실력이 좋거나, 수업을 잘 따라가시는 분들이 앞줄에 앉으신다. 나는 퇴근 후 수업 시작 시간에 맞춰서 왔는데, 자리가 없어 항상 맨 뒤자리에 앉았다.




강의료는 한 달에 65-70만원 정도로 비싼 편이다. 대학생 때 들었더라면 좋았을텐데, 그 때는 금전적으로 여유가 되지 못했다. 반대로 지금은 금전적인 여유는 되지만, 시간이 부족한 상황이다.

수업내용 기밀유지 계약서를 작성했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을 발설할 수 없지만, 꽤 강도높은 수준의 수업이 진행된다. 어셈블리 보는 방법부터 배운다. 얕은 곳에서 점점 깊게 파고 들어가는, 빌드업 수업이다. 그래서 초반에 배우는 지식을 탄탄히 만들어나가는 게 중요하다. 나는 이걸 철저히 복습하지 않아서 학업 중단을 한 케이스다.

그렇게 1년 다닐 각오로 다니려고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회사 일이랑 병행하는 게 정말 쉬운 일이 아님을 깨달았다.

서버 컴퓨터

주로 내가 생활했던 패턴은 아래와 같다:
  • 퇴근한다.
  • 학원에 가서 수업을 듣는다.
  • 늦게 저녁을 먹는다. 또는 대충 군것질로 때운다.
  • 새벽 1-2시까지 학원에 남아서 프로그래밍 과제를 처리한다.
  • 다음 날 출근할 때 피로를 느낀다.
  • 다음 날이 휴일이면 10시간 정도 기절하듯이 잠을 잔다.

이 생활을 4개월 반복했다. 체력이 많이 소모됐지만 그래도 과제만큼은 사활을 걸고 헤치웠다. 무엇보다 과제를 끝낼 때의 성취감이 끝내주게 좋았다.
문제는 과제를 하고 나면 늦은 시간이 되어서, 추가적인 공부를 할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이게 누적이 되면서 다른 수강생들과의 차이가 순식간에 커져버린 것 같다.

분기마다 중간 테스트를 보는데, 1분기 테스트를 통과했다. 마지막 서술형 문제는 아예 정답을 적지 못하고 그대로 냈다. 원래라면 떨어졌을 법도 한데, 감사하게도 강사님께서 내 사정을 좀 고려해주신 것인지 통과시켜 주신 것 같았다.


현재 2분기(4-6월)는 네트워크 소켓으로 실습을 다양하게 진행중이다. 나는 학원을 그만두는 날까지 과제를 진행했지만, 점점 실습의 스케일은 커져가고 있었다. 더 이상 내가 시간을 내기란 어렵다고 판단하여 많은 시간동안 고민하다가, 결국 학원을 그만 두겠다고 선생님께 말씀 드렸다. 정말 아쉽긴한데 어쩔 수 없었다. 개인 공부할 시간이 더이상 나질 않아서, 또 앞으로 수업을 따라갈 자신이 없었다. 3월에는 분기 프로젝트를 힘겹게 끝내고 번아웃이 심하게 와서 나는 스스로 간절한가 글을 작성하기도 했었다. 간절하지 않다보니 공부도 소홀히 했던 게 아닐까

힘들긴 했지만, 그래도 가고 싶었던 학원을 다닌 동안에는 정말 행복했다. 여러가지 조건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월급을 받아 금전적으로 여유가 생겼고, 수업 날짜는 재택근무 요일과 완전히 겹쳤기 때문이다. 사실 학원과 가까운 고시원을 잡고 살았었다. 고시원에서 재택근무 하다가, 퇴근 후 학원에 가기 때문에 출퇴근 시간을 아낄 수 있었다. 만약 출퇴근을 해야 했다면 학원 다니는 건 꿈에도 없었을 것이다.

물론 힘든 점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피폐해질 수 있다. 항상 피곤에 쩔어있고, 표정도 어두워졌다. 예전에 재수학원 다닐 때의 기분을 다시 느끼는 것 같다. 쉬는 날에도 밀린 과제를 쳐내다 보면 벌써 월요일이 되곤 했다. 놀고 싶다면 과제나 공부를 포기해야 한다. 직장인인데 포기하지 않고 계속 학원을 다니는 분들은 정말 존경스러울 정도다.

이제는 조금은 숨통이 트인 것 같다.

만약에 이 학원을 다니시려는 분이 계신다면, 시간적 여유를 최대한 많이 만들어두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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