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023의 게시물 표시

회사에서 생존을 위한 길을 개척해야 한다

입사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회사의 어느 연차 높은 프로그래머가 내게 이런 조언을 한 적이 있었다. 회사 일만 해서는 오래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덧붙여서 업무 외로 내 실력을 발전할 시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말을 곱씹어보고, 그리고 점점 체감하고 있다. 이제 몇달 지나면 경력 1년이 되는데, 이정도 시간 속도라면 2년, 3년도 금방 지나갈 것 같았다. 만약 내가 N년차가 됐는데 그때까지 회사에서 시키는 일만 해왔다면, 결국 나에게 남는 것은 회사에 대한 충성심 말고 더 있을까? 커리어의 연차가 쌓일수록 그에 상응하는 경험들도 비례해서 많아져야 한다 생각하니, 정신을 차릴 수밖에 없다. 회사는 학원과 다르게 지식을 떠먹여주지 않는 곳이다. 내가 알아서 능동적으로 움직이고 생존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언제까지 클라 UI깎이 프로그래머에서 머물 수는 없다. 프로젝트의 엔진/렌더링 코드도 찾아보고, 서버나 DB 도 직접 내 로컬에 설치해보면서 어떻게 작동하는 지도 알아봐야 할 것 같았다. 사실 회의 때 다른 직군들이 하는 얘길 들어보면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용어가 참 많았다. 적어도 이것에 대한 경험만 있었더라도, 이 사람이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알 수 있는데 그러질 못해 매번 아쉽다고 느꼈다. 내 이런 상황을 더이상 방치하면 안 될 것 같았다. 그 분이 하신 말을 굉장히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어깨 너머로 배워서라도 나의 경험을 넓혀야 한다. 시간은 정말 순식간에 지나갔다. 생존이라는 것은 매 순간 우리를 찾아온다.  대학교에 가기 위해 수능 시험을 보고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공부를 하고 취업을 하기 위해 면접 준비를 하듯이 이번에는 내 직업 수명을 유지하기 위해 개발 경험을 쌓아야 한다는 것 취업했다고 현재에 안주하지 말자. 계속 나아가자.

미니멀리즘

곧 이사를 앞두고 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 일주일 넘도록 물건들을 정리하고 버렸다. 가끔 미니멀리즘 주제로 유튜브 영상을 보곤 하는데, 집안에 있는 안 쓰는 물건들을 비우는 장면을 보며 대리만족한다. 미니멀리스트 유튜버의 일상을 살펴보면 생활이 불편해 보이면서도,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아 보였다. 집은 잡다한 물건이 없어 정말 깔끔했다. 최근에는 영화 <너를 정리하는 법>를 보면서 미니멀리스트를 동경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내가 살 집에서는 정말 필요한 물건들만 두고 싶었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정리를 시작했다. 1년 이상 입지 않은 옷이나 신발들은 과감하게 헌옷수거함에 버렸다. 얼마 사용하지 않은 백팩 2개를 싸게 내놓았다가, 입질이 없어 결국 나눔했다. 받으러 온 사람이 정말 행복한 표정으로 잘 쓰겠다고 말한 일이 잊히질 않는다. 나눔했던 전자피아노를 가지러 온 부부 한쌍이 나중에 우리집까지 다시 찾아와 빵과 음료를 답례로 주었다. 온정깊고 따뜻한 사람들이었다. 학교 졸업앨범에 내가 있는 사진만 남기고 모두 폐기했다. 처음에 이걸 정말 버려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는데, 연락하는 동창이 없기도 하고 짐만 될 뿐이었다. 그래서 버렸다. 후회는 없다. 주고받은 편지도 사진으로 하나씩 남기고 모두 파쇄했다. 순간 내가 이정도로 차가운 사람이었나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아까워서 버리질 못했는데, 버리다 보니 관성이 생겨 나중엔 손쉽게 보내줄 수 있었다. 하나씩 비움으로써 점점 더 정신적인 자유를 느꼈다. 미니멀리즘이 이게 다가 아니다. 물질적인 영역을 벗어나 나의 식습관, 생활, 인간관계에 서서히 적용하고자 한다. 주위를 정리하고 내 스스로에 온전히 집중하고 싶다. 써놓고 보니 고립된 인간이 되겠다는 의미가 된 것 같은데, 그건 아니다. 사실 나는 나를 잘 모른다. 마치 NPC 처럼 살면서 내가 누구인지 고민해보질 않았기에, 그런 나를 탐구해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