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리즘

곧 이사를 앞두고 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 일주일 넘도록 물건들을 정리하고 버렸다.

가끔 미니멀리즘 주제로 유튜브 영상을 보곤 하는데, 집안에 있는 안 쓰는 물건들을 비우는 장면을 보며 대리만족한다. 미니멀리스트 유튜버의 일상을 살펴보면 생활이 불편해 보이면서도,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아 보였다. 집은 잡다한 물건이 없어 정말 깔끔했다. 최근에는 영화 <너를 정리하는 법>를 보면서 미니멀리스트를 동경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내가 살 집에서는 정말 필요한 물건들만 두고 싶었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정리를 시작했다.

  • 1년 이상 입지 않은 옷이나 신발들은 과감하게 헌옷수거함에 버렸다.
  • 얼마 사용하지 않은 백팩 2개를 싸게 내놓았다가, 입질이 없어 결국 나눔했다. 받으러 온 사람이 정말 행복한 표정으로 잘 쓰겠다고 말한 일이 잊히질 않는다.
  • 나눔했던 전자피아노를 가지러 온 부부 한쌍이 나중에 우리집까지 다시 찾아와 빵과 음료를 답례로 주었다. 온정깊고 따뜻한 사람들이었다.
  • 학교 졸업앨범에 내가 있는 사진만 남기고 모두 폐기했다. 처음에 이걸 정말 버려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는데, 연락하는 동창이 없기도 하고 짐만 될 뿐이었다. 그래서 버렸다. 후회는 없다.
  • 주고받은 편지도 사진으로 하나씩 남기고 모두 파쇄했다. 순간 내가 이정도로 차가운 사람이었나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아까워서 버리질 못했는데, 버리다 보니 관성이 생겨 나중엔 손쉽게 보내줄 수 있었다. 하나씩 비움으로써 점점 더 정신적인 자유를 느꼈다.

미니멀리즘이 이게 다가 아니다. 물질적인 영역을 벗어나 나의 식습관, 생활, 인간관계에 서서히 적용하고자 한다. 주위를 정리하고 내 스스로에 온전히 집중하고 싶다. 써놓고 보니 고립된 인간이 되겠다는 의미가 된 것 같은데, 그건 아니다. 사실 나는 나를 잘 모른다. 마치 NPC 처럼 살면서 내가 누구인지 고민해보질 않았기에, 그런 나를 탐구해보고 싶었다.

댓글

  1. 정리하느라 많이 힘드셨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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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네 그래도 치우는 순간마다 개운해서 좋았습니다. 더 이상 그 물건에 신경 쓸 필요가 없어져서 그런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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