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 634km을 완주했다
지난 1달간 유럽에 다녀왔다.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출발하여 스페인 산티아고 콤포스텔라에 도착하는, 634km 거리의 포르투갈 길(Portuguese Way)을 걸었고 23일만에 완주했다.
- 산, 들, 밭, 고속도로, 주택가, 바닷가, 사람이 붐비는 도시, 성당, 성소 등 다양한 환경들을 음미하면서 걷는다.
- 걷다가 중간에 Snack Bar나 식당에 들러 빵, 커피, 맥주로 허기를 채운다.
- 충전된 에너지를 다시 걷는 데 사용한다.
- 순례자 전용 숙소인 알베르게(Albergue)에 도착한다.
- 내 몸에 있는 땀과 노폐물들을 샤워기로 쓸어내리고, 이어서 손빨래를 한다.
- 하루 일과를 마칠 쯤엔 몸이 노곤노곤하여 맛있는 잠을 잔다.
- 다음 날 아침 5~6시에 일어나 아침을 먹고 다음 도시로 이동한다.
내가 메고 갔었던 배낭의 무게는 내용물 포함해서 약 6kg 정도였다. 여행이 끝날 때까지 배낭과 한 몸이 돼야 하기 때문에, 최대한 배낭의 무게를 줄이려고 고민을 많이 했다. 특히 랩톱을 챙기지 않았던 걸 정말 다행이라고 느꼈다.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출발하는 순례객들은 극소수이다. 그리고 순례길이 초행인 사람들은 대부분 프랑스 파리 생장에서 출발하는, 프랑스 길(French Way)을 선택한다.
나도 처음엔 프랑스 길을 갈까 고민했었다. 그러나 순례길 완주 후 시간에 여유를 두고 싶었고, 조용한 분위기를 원했다. 그래서 리스본을 선택했던 것인데, 상상 이상으로 이렇게 사람이 없을 줄은 몰랐다. 그러나 지금은 오히려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적적한 곳을 좋아하는 내 성향과 잘 맞았다. 머리를 비우고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걷기만 해도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초반에는 다른 순례객들을 마주친 적이 거의 없었고, 나 혼자인 상태라 솔직히 두려움도 느꼈었다. 어느 날 한낮에 주위를 둘러보면 밀밭 뿐이었고, 혼자 덩그러니 그 길을 걸을 때의 추억은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있다. 다행스러운 점은 도우미 어플리케이션과, 곳곳마다 있는 노란색 화살표 표지판이 길을 정확하게 안내해주었기 때문에 곤경에 처해도 금방 해소됐다는 것이다.
나중에 길을 지나면서 포르토(Porto)에서는 순례객들이 점점 늘어났다. 그 이유는 2주 정도로 짧게 걸으려는 사람들이 많이 선택하기 때문이다. 길도 포르토 전보다 많이 쉬워진 것도 있다. 초반에 고생해서 그런지, 나중에는 갈수록 길이 비교적 가볍게 느껴졌다. 물론 발에 많은 물집이 생겨 한발 한발 걸을 때마다 통증이 느껴졌지만 나중에 이것도 적응이 됐는지 견딜 만 해졌다.
순례길 완주 후 입국까지 5일 남았을 때, 산티아고에서 버스를 타고 포르토로 내려와서 남은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입국을 사흘 앞둔 7월 1일, 나는 정식 퇴사했다.
작년에 다녔다가 포기했던 프로카데미에 다시 도전하고 싶었다. 약 반 년 전부터 들었던 생각이다. 그렇게 직장 상사 및 동료분들께 내 의사를 전달하고 나는 마지막 긴 휴가를 나온 것이었다. 누군가는 바보같은 선택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나로써는 회사와 학업을 동시에 병행해보니 한계가 있는 걸 깨달아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이번 순례길 완주를 통해 프로카데미도 잘 마무리 할 거라고 스스로 격려받고 싶었던 게 아닐까.
업무 시간 대신 공부 시간을 확보했기 때문에, 이제는 온전히 집중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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